말이 안 통하는 나라에서 음식 주문하는 법
주문을 망칠까 봐 걱정하다 보면 결국 엉뚱한 데서 밥을 먹게 돼요. 손글씨 간판이 붙고 현지인으로 붐비는 가게를 지나쳐서, 사진과 영어가 있는 집으로 들어가고, 그날 식사는 거의 언제나 그쪽이 아쉽습니다. 필요한 것은 단어 실력이 아니에요. 오사카에서도 리스본에서도 마라케시에서도 똑같이 작동하는 몇 가지 습관이면 충분합니다. 언어는 달라져도 상황은 반복되니까요.
메뉴판보다 가게를 먼저 읽으세요
글자 하나 보기 전에, 내가 어떤 형태의 가게에 들어왔는지부터 파악하세요. 어디에 서야 하는지, 언제 계산하는지, 애초에 누가 자리로 오기는 하는지가 여기서 갈립니다. 이걸 틀리는 쪽이 요리 이름을 잘못 발음하는 것보다 훨씬 민망해요.
세계 어디서나 반복되는 네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식권 자판기나 선불 카운터. 일본, 한국, 북유럽 일부, 그리고 어디서나 패스트푸드가 이 방식이에요. 앉기 전에 주문하고 계산합니다. 문 옆의 기계를 찾거나, 줄의 끝이 좌석이 아니라 계산대인지 보세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종이 조각을 들고 있다면 이 형태입니다.
카운터 주문. 바나 카운터에서 주문하고 번호를 받으면 음식을 가져다줘요. 이탈리아의 바르, 영국의 펍, 태국의 푸드코트, 거의 모든 빵집이 이렇습니다. 카운터에 쌓인 쟁반이나 번호표 거치대가 신호예요.
테이블 서비스. 앉으면 누군가 옵니다. 유럽의 앉아 먹는 식당, 튀르키예의 로칸타, 중국의 연회식 식당이 전부 여기예요. 이런 곳에 앉았다가 카운터로 걸어가 주문하면 안 됩니다.
셀프나 뷔페. 스팀 트레이나 온장 카운터에서 원하는 것을 가리키고 무게나 접시 수로 계산해요. 브라질의 킬로 식당, 인도네시아의 와룽, 아시아 전역의 덮밥 노점이 이 방식입니다.
또 하나 읽어야 할 것은 시간이에요. 점심 영업시간이 칼같이 정해져 있거나 저녁이 아주 늦게 시작하는 나라가 많고, 문을 닫은 주방은 아무리 정중하게 부탁해도 열리지 않습니다. 한국처럼 늦게까지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것이 오히려 예외에 가까워요.
말 한마디 없이도 통하는 방법들
아래 방법들은 현지어를 한 글자도 몰라도 통하고, 필요한 상황에서는 무례하게 여겨지지도 않아요.
- 가리키세요. 메뉴판을, 진열대를, 옆 테이블의 접시를. 세계 대부분에서 이건 무례가 아니라 정상적인 주문 행동이에요.
- 손가락으로 숫자를 보여 주세요. 인원수에 한 번, 개수에 한 번.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는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니, 손을 확실히 들어 보이고 직원이 숫자를 되뇌게 하세요.
- 옆 테이블이 먹는 것을 보세요. 두어 가지 요리가 홀 전체에 반복해서 보인다면 그게 이 주방이 잘하는 것입니다. 남의 접시를 가리키는 것은 거의 어디서나 칭찬으로 통해요.
- 진열창을 쓰세요. 일본의 음식 모형, 태국의 사진 간판, 프랑스의 페이스트리 쇼케이스, 튀르키예의 회전 구이. 밖으로 나가 원하는 실물을 가리키면 끝납니다.
- 사진을 보여 주세요. 먹고 싶은 요리 사진이나 못 먹는 재료 사진 한 장이면 언어 장벽이 즉시 사라져요. 직원이 휴대폰을 들고 주방에 다녀와 답을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 추천을 받아들이세요. 뭐가 맛있냐고 묻고 그렇다고 답하는 것이, 메뉴를 못 읽는 여행자가 쓸 수 있는 가장 효율 좋은 수예요.
어떤 언어에서든 알아둘 문장 여섯 개
떠나기 전에 이 여섯 개를 현지어 문장 통째로 익히세요. 여섯 개는 현실적인 숫자이고, 스무 개는 아니에요. 스무 개는 결국 다 잊어버립니다.
| 한국어 문장 | 언제 쓰나요 |
|---|---|
| 영어 메뉴 있나요 | 자리에 앉자마자. 밑져야 본전이고 가끔 모든 게 해결돼요 |
| 이거 주세요 | 가리키면서 말해요. 어떤 언어에서든 가장 쓸모 있는 한 문장 |
| 뭘 추천하나요 | 아무것도 못 읽겠고 이 집 대표 요리가 먹고 싶을 때 |
| 두 명이에요 | 문 앞에서, 앉기 전에. 대개 가장 먼저 받는 질문이에요 |
| 돼지고기 빼고 / 견과류 빼고 / 생선 빼고 | 음식이 나온 뒤가 아니라 주문할 때 말해야 해요 |
| 계산할게요 | 많은 나라에서 계산서는 부르기 전에는 오지 않아요 |
여기에 두 개만 더하면 값을 합니다. 현지어로 '감사합니다'와 '실례합니다'요. 끊임없이 쓰게 되고, 노력했다는 신호가 되고, 대화 전체의 온도를 바꿔 놓아요.
출국 전에 저장해 둘 단어들
문장은 음식을 받게 해 주고, 단어는 제대로 된 음식을 받게 해 줘요. 아래 개념들을 현지어로 찾아서 휴대폰에 저장해 두세요. 되도록 현지 문자로 저장해서, 발음하는 대신 화면을 보여 주면 됩니다.
| 개념 | 왜 필요한가요 |
|---|---|
| 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 특히 돼지고기는 확인이나 회피가 가장 많이 필요해요. 육수, 소시지, 소에 숨어 있어요 |
| 생선, 새우, 조개류 | 가장 흔한 중증 알레르기이면서 소스 안에서는 가장 알아보기 어려워요 |
| 채식, 비건 | 어육수나 피시 소스, 라드를 재료로 치지 않는 식문화가 많아서 '채소 요리'가 채식이 아닌 경우가 잦아요 |
| 견과류, 땅콩 | 마지막에 고명으로 올리는 경우가 많아서 조리 전에 말해야 해요 |
| 달걀, 유제품 | 튀김옷과 빵, 소스에 숨어 있어요 |
| 맵다 | 현지 기준의 '순함'이 익숙한 매움보다 강한 경우가 많아요. 생각보다 낮게 부르세요 |
| 날것 | 생선, 소고기, 달걀 요리에서 여러 나라에 해당돼요 |
| 알레르기 | 이 단어가 있어야 나머지 요청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요 |
| 물, 탄산수와 생수 | 매 끼니 주문하게 됩니다 |
| 소, 중, 대 | 어떤 요리 이름보다 자주 메뉴판에 등장해요 |
중요한 것은 아예 적어 두세요. 현지 문자로 '땅콩을 먹을 수 없습니다'라고 쓴 카드 한 장이 어떤 발음 시도보다 확실하고, 시끄러운 홀에서도 살아남습니다.
계산: 나라마다 달라지는 것들
메뉴에 적힌 가격이 최종 금액인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고, 규칙은 철저히 현지식이에요.
팁은 당연한 곳부터 무례한 곳까지 폭이 넓어요. 미국과 아메리카 대부분에서는 관례이고, 유럽 대부분에서는 소액에 선택 사항이며, 일본과 중국에서는 오히려 거절당합니다. 태국과 동남아 상당 지역에서는 잔돈을 두고 나오는 정도는 자연스럽지만 비율로 얹지는 않아요. 한국에는 팁 문화가 없어서 유럽까지는 감이 맞지만, 미국식 팁 계산은 별도로 준비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봉사료와 자릿세가 이미 계산서에 들어 있을 수 있어요. 이탈리아에는 코페르토가 있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시키지 않아도 나온 빵과 올리브에 값을 매기고, 일본 이자카야는 기본 안주를 유료로 붙이고, 서비스료를 자동으로 넣는 나라도 많습니다. 그런 경우 팁을 또 주면 두 번 내는 셈이에요. 계산하기 전에 계산서 아래쪽부터 읽으세요.
세금은 표시 가격에 포함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요. 일본과 유럽 대부분은 포함이고, 미국과 캐나다는 계산할 때 붙습니다. 한국처럼 포함 표시가 기본인 나라만 다니다 보면 미국에서 계산서를 보고 놀라게 돼요.
어디서 내는지도 달라요. 프랑스는 테이블에서, 동아시아 상당수는 나가는 길 계산대에서, 식권 자판기가 있는 곳은 들어갈 때 냅니다.
현금이 여전히 왕인 곳이 여행자의 예상보다 훨씬 많아요. 작은 국숫집, 시장, 가족이 하는 식당, 그리고 어느 나라든 지방으로 가면 그렇습니다. 카드가 잘 통하는 나라에서도 한 끼 값의 현지 통화는 들고 다니세요.
손글씨에 사진도 없는 메뉴판 앞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가장 안 읽히는 메뉴판 뒤에 있는 경우가 많아요. 모르는 언어로 쓴 칠판, 벽을 채운 종이 조각, 사진 한 장 없는 코팅지. 이런 곳에 다른 언어판이 숨어 있지 않고, 물어봐도 나오지 않습니다. 주문하기 전에 사진으로 찍어 번역해 두면 읽을 수 없던 벽이 실제로 고를 수 있는 목록이 돼요. 아는 단어 하나를 시키는 것과 그 주방이 잘하는 것을 시키는 것의 차이가 여기서 생깁니다.
조용히 중요한 문제도 같이 해결돼요. 내가 못 먹는 것이 그 요리에 들어 있는지를 음식이 나온 뒤가 아니라 나오기 전에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요.
자주 묻는 질문
메뉴를 손으로 가리키면 실례인가요? 거의 어디서도 아니에요. 요리나 메뉴 줄을 가리키는 것은 세계 대부분에서 일반적인 주문 방식이고, 여행자를 상대하는 직원은 매일 보는 장면입니다. 사람을 가리키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니 피하세요.
정말 아무것도 못 읽겠으면 뭘 시켜야 하나요? 추천을 물어보거나, 옆 테이블이 먹는 것을 시키세요. 둘 다 그 주방의 가장 자신 있는 요리로 데려다줍니다. 식권 자판기나 정식 간판이 있는 곳에서는 첫 번째나 왼쪽 맨 위 항목이 관례상 간판 메뉴예요.
심한 음식 알레르기가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말로 하는 표현에 기대지 마세요. 현지어로 적어 두고, 음식이 나온 뒤가 아니라 주문하는 순간에 보여 주고, 분류가 아니라 구체적인 재료 이름을 대세요. '견과류 안 돼요'보다 '땅콩 안 돼요'가 훨씬 잘 전달됩니다. 육수와 소스, 튀김 기름이 흔한 숨은 경로라는 것, 그리고 너무 빨리 괜찮다고 답하는 주방은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하세요.